포화상태 초고속인터넷 시장전망

2003-03-26

'경쟁사 고객 뺴내기' 혼탁 양상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한사람을 유치하는데 4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될 정도로 초고속인터넷 업계가 `시장 포화'라는 벽에 부닥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가입자 1인당 월 매출액(ARPU)은 2만6000원 안팎이다. 결국 40만원의 유치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은 15~16개월 동안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15~16개월 동안 해당업체의 수익구조만 악화시키게 된다.

◇업계 경영전략 변화 불가피〓상황이 이쯤 되면 가입자를 신규로 유치하는 것이 오히려 전체 경영전략 차원에서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신규가입자에게 사실상 1년 넘게 무료이용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가입자 늘리기보다 현재 가입자를 유지하는 것이 차라리 효과적이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은 가입자 유치정책의 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달부터 신규가입자를 추가로 늘리는 것보다는, 현재의 가입자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보수적 가입자유치전략은 어느 정도 가입자 기반이 조성된 KT와 하나로통신 등 1ㆍ2위 업체만이 가능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법정관리 신청이후 가입자 이탈을 우려하고 있는 두루넷, 50만명 안팎의 취약한 가입자 기반을 가지고 있는 온세통신, 파워콤 인수후 공세적 영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이콤 등은 현 상황 유지가 무의미하다. 결국 이들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업계 한 영업담당 임원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200만명 정도의 가입자 기반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1000만 돌파이후 시장변화〓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 11월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다. 앞으로도 신규수요보다는 경쟁사의 가입자를 흡수하는 형태로 영업 전략이 바뀜으로써 시장은 더욱 혼탁해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처음으로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람보다, 경쟁업체의 서비스를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는 `해지후 가입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앞으로 경쟁양상을 가늠케 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업계는 올해 304만여명의 가입자가 순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53%인 161만여명이 해지후 가입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해지후 가입자는 전체 순증치 403만여명중 33%인 131만여명에 불과했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이 때문에 데이콤이 앞으로 시장 판도와 경쟁양상의 변화를 가져올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콤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지난해 인수한 파워콤망을 이용해 케이블모뎀 방식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나선 상태이다. 이 회사의 가입자 유인책 역시 이용요금 및 조건 면에서 경쟁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포화국면에 진입한 시장에서 KT와 하나로통신, 두루넷에 버금가는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가격정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따라서 데이콤의 시장전략에 따라 앞으로의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경쟁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특히 데이콤이 두루넷과 인수협상에 다시 나서, 두루넷 가입자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3위의 지위를 얻게된다면 시장의 경쟁양상은 예측 불허의 형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임윤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