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중동특수` 전략짜기

2003-03-24

이라크 전쟁 조기종결 기대감 


이라크전의 조기종결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정보기술(IT) 분야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벌써부터 전후 이라크 복구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IT업계도 `전후 특수' 전략을 짜고 있으며, 정부당국과 금융권도 수출차질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산업계의 수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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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 결정으로 향후 전후 복구사업에 국내 업체들의 참여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IT업계도 보안ㆍ시스템통합(SI) 업계를 중심으로 `중동 특수'에 대비하고 있다.

스마트카드솔루션 업체들은 전쟁이 끝나면 보복테러 가능성 등의 이유로 출입국자의 생체정보가 IC칩에 탑재된 여권을 인식할 수 있는 `다중생체인식 출입국시스템(여권판독기)' 도입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수출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은 9ㆍ11테러 직후 `국경안전강화법'을 마련해 오는 10월부터 외국인의 미국내 입ㆍ출국시 생체인식데이터를 첨부한 여권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사우디 등 중동 7개국에 대해서도 이 규정을 우선적으로 준수토록 요청한 상태다.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SOC형 SI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특수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 김병석 상무는 "현지의 SOC사업에 참여할 미국`일본계 업체와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라크전 가능성 때문에 1년 넘게 중동지역의 IT투자가 막혀 있었으나, 이제 악재가 걷히고 있는 만큼 이란ㆍ사우디아라비아ㆍUAEㆍ쿠웨이트 등 투자여력이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SOC형 SI투자가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이라크 전쟁이 국산 IT제품의 중동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ㆍ점검하고 국내기업의 중동지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정통부 직원과 통신장비ㆍ통신망ㆍ서비스ㆍSIㆍ인터넷 솔루션 등 4개 분야의 협회와 업체 담당자들로 구성된 `IT 수출 점검ㆍ대책반'을 구성했다. 24일 삼성전자ㆍ휴맥스 등 중동진출 업체와 협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통부 양준철 국제협력관(반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어 수출상황을 종합 점검하고, 동유럽ㆍ중남미ㆍCIS 국가 등 신흥 시장 개척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정통부는 아울러 전쟁 종료후 민ㆍ관합동으로 중동지역에 시장개척단을 파견, IT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수요가 예상되는 행정ㆍ기업ㆍ금융ㆍ교통 등 분야의 정보시스템 구축과 유ㆍ무선 통신망 구축 등 분야의 진출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금융권도 수출입은행이 포괄수출금융 지원확대, 플랜트 및 해외건설공사 관련 보증지원확대, 현지비용 및 운영자금 지원확대 등 수출입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했으며, 우리은행도 전담팀을 구성해 중동지역 관련 수출입업체에게 금융지원 외에 현지 동향을 실시간으로 제공해주는 등 다각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지역 23개국에 대한 수출규모는 11억7000만 달러로 IT전체 수출(460억 달러)의 2.6%에 불과한 데다 특히 대 이라크 수출은 47만 달러 밖에 안돼 전쟁이 조기 종결될 경우 유가가 안정되고 세계 경기가 회복돼 중동지역 IT수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대미ㆍ대유럽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IT산업 특성상 미국 및 유럽의 경기침체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미 국무부가 추진중인 이라크 전후복구 계획 `이라크 미래계획(Future of Iraq Project)'에 따르면, 이라크의 데이터 및 음성 네트워크의 현대화 비용은 약 10억∼15억 달러에 달하고, 사업기간도 6∼8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홍희 KOTRA 중동담당 차장은 "지난 10년간 경제제재 조치로 이라크가 빚더미에 앉아있어 전후복구 사업이 개시되더라도 자금조달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이 전후 복구사업을 주도할 경우 우리 기업은 91년 걸프전 이후 쿠웨이트 복구사업 당시처럼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 참여는 어렵더라도 TV나 이동통신단말기 등 상품수출은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이번 전쟁은 일본제품 일색이던 중동지역에 국내 전자제품이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원ㆍ김영민ㆍ박기록ㆍ송정렬ㆍ조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