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17
대기업 조사 한계..단속 쉬운 영세사업자 집중 정보통신부의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 상시단속`이 중소영세기업에 집중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불법복제 상시단속은 정통부 산하 전국 8개 지방 체신청과 한국SW저작권협회(SPC) 등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일반 가정을 제외한 모든 기관과 기업을 단속대상으로 한다. 16일 체신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불법복제 단속대상에 일부 의혹이 있는 대기업도 포함돼 있지만 주로 컴퓨터 학원게임방건축설계사무소영세 컴퓨터 판매업자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체신청 담당공무원이 사법경찰권이 없어 강제조사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인력부족과 더불어 실적을 의식해 상대적으로 단속이 용이한 중소 사업자들을 집중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국 8개 지방체신청과 SPC 등이 지난 2월 SW 불법복제 혐의로 단속한 곳은 모두 156개로, 이중 90개 기관이 1057개의 불법복제 SW를 사용한 것으로 적발됐다. 한 체신청 관계자는 "대기업과 소규모 기업ㆍ기관의 단속 비율은 비공개사항이라 밝힐 수 없지만 컴퓨터학원, 건축설계사무소, 게임방 등 영세기업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대기업 보다는 소규모 기업이나 기관이 단속에 응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 그 원인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른 체신청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법무팀 등이 나서 `영장을 가져오라'며 문적박대하기 일쑤여서 단속이 어렵다"며 "서울을 제외한 다른 체신청의 단속반원은 전담인력 1명과 지원인력 2∼3명에 불과해 대기업을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해당지역 대기업에 대한 정보가 없어 단속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방 체신청이 단속대상 선정에 참조하는 지방업체 편람 등에 기업의 전산자원과 관련된 내용이 전무한데다, 서울수도권 대기업의 지사가 자체 SW 라이선스 계약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체신청 관계자는 "지사를 단속할 경우 서울 본사가 SW업체와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을 보여주나 이것만으로 지사의 정품 SW 사용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대부분 별 성과없이 단속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체신청은 기초자료 부족으로 체계적인 단속계획이나 대상을 정하지 못한 채 게임방컴퓨터학원 등이 집중돼 있는 지역에서 발길이 닿는 대로 단속을 펴고 있는 실정으로 알려졌다. SW업계 한 전문가는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단속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단속기관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소규모 기업과 기관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며 "정품SW 사용은 산업계를 선도하는 대기업이 앞장서야 하는 만큼 형평성을 기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기업의 경우 정품SW 사용이 많이 정착됐고 의혹이 있는 업체가 단속을 거부할 경우 검찰에 이를 통보한다"며 "단속의 형평성 논란은 단속 공무원에 사법경찰권이 부여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