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시장 회복, 리눅스·윈도우가 이끈다

2003-05-28

IDC는 전세계 서버 시장이 리눅스와 윈도우의 확산에 힘입어 2004년까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회복세도 서버 시장을 2000년 초반의 호황 수준으로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IDC 기업 서버시장 전망 컨퍼런스에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서버 시장은 2002년 490억달러 규모와 거의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후 점진적인 성장세를 기록, 2007년 58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IBM, 썬, 델 컴퓨터, 후지쯔 등의 서버 매출은 증가하겠지만 예전의 700억달러를 넘어서던 호황은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IDC에 따르면 서버 시장의 성장은 윈도우와 리눅스 기반 서버가 이끌것으로 보인다. 서버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닉스 서버는 2007년에도 여전히 최대 규모의 시장을 유지할 전망이지만 성장은 더딜 것으로 전망됐다.

애널리스트 진 보즈만은 “전반적인 시장 침체기에도 리눅스 서버는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1999년 17만 3000대였던 리눅스 서버 출하량은 2002년 59만 8000대로,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억 4900만달러에서 20억달러로 늘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컨퍼런스에서 IDC는 디지털 ID 태그, 인터넷 기반 전화, 아웃소싱, 인스턴트 메시징 등 서버시장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분야들을 조망했다. 

중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고성능 컴퓨터인 서버는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서버 판매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사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맞춰 급격히 증가했으나 닷컴 붕괴이후 침체기를 겪고있다.

IDC의 수석 리서치 책임자(CRO) 존 갠츠는 “서버 시장은 2007년까지 연평균 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프트웨어(8%), 컴퓨팅 서비스(7%)보다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리눅스·윈도우, 유닉스 영역 넘봐
IDC는 서버 시장의 변수 중 하나로 비즈니스 성격에 따른 고객의 충성도·신뢰도를 꼽았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메인프레임이나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의 평균 사용기간이 8년 이상이다. 제품 교환주기가 그만큼 길기 때문이다. 반면 윈도우와 리눅스를 사용하는 로우엔드 서버의 평균 사용기간은 3∼4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IDC 애널리스트 매튜 이스트우드는 “충성도가 높고 사용기간이 긴 하이엔드 서버 시장에서는 4대 서버업체중 IBM이 선두”라고 전했다. 반면 로우엔드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델은 하이엔드 서버 시장에서 가장 낮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이스트우드는 “IBM은 '백-오피스의 왕'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에 보급된 IBM 서버중 3분의 2는 사용자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있다”고 밝혔다. 반면 델의 경우 이러한 충성도를 보장할 수 있는 비율이 9%에 불과하다. 충성도가 낮은 시장의 경우 제품 구입은 주로 가격에 좌우된다고 이스트우드는 설명했다.

썬은 충성도 면에서 2위를 차지했다. 즉 리눅스와 윈도우의 공격에도 시장을 지킬 수 있는 어느정도의 방어력은 갖춘 셈이다. 이스트우드는 “IBM만큼은 아니지만 썬도 충성도 높은 시장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균 사용기간이 비교적 짧은 인텔 기반 서버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HP는 충성도 부문에서 3위에 머물렀다.

충성도가 높은, 즉 고사양이 요구되는 작업에는 여전히 유닉스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윈도우와 리눅스도 하이엔드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인텔기반 서버에서 두드러진다. IDC에서 인터넷 인프라 프로그램 디렉터를 담당하고 있는 마크 멜레노프스키는 “ IT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시스템이 개선을 거듭해 기존 기술을 대체하곤 했다”며 인텔 기반 서버의 발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성능이 충분한 신형장비가 저렴한 가격대로 밀고나오면 서버시장은 격변을 맞이하게 된다. 1990년대 초반 새로운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ing) 프로세서로 무장한 유닉스 시스템은 메인프레임과 미니컴퓨터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멜레노프스키는 “그 RISC 유닉스 시스템이 이제 윈도우와 리눅스로 구동되는 인텔 시스템의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서버 시장에서 윈도우의 점유율은 1994년 4%에 불과했지만 2002년 60%로 성장했다. 또한 윈도우는 하이엔드급 시장인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도 급성장, 2002년 데이터베이스 서버의 15%를 차지했다.

시장 억제·성장 요인 공존
서버 시장의 침체는 IT 시장 전체 상황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IDC에 따르면 전세계 IT 투자는 연간 1조달러 수준에 머물러있다. 갠츠는 “IT 분야는 2001년과 2002년 연속 최악의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갠츠는 IT 시장의 회복이 더딘 이유를 2가지로 꼽았다.

첫째, 기업들은 새로운 컴퓨팅 장비를 구입하기 보다 기존의 복잡한 인프라를 개선해 사용하고 있다. 갠츠는 “하지만 후자가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두 개의 터널 건설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즉 기존 시설물이 없는 영국과 프랑스의 해저터널은 마일당 3억 8700만달러가 소요됐지만 이미 다른 시설물로 복잡한 보스턴 지하에 터널을 내는 작업은 마일당 20억달러가 들었다는 것이다.

둘째, 테러·회계 부정·전쟁·유가 불안·사스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재해가 투자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있다. IDC 조사결과 올해 사스 때문에 금고에 묶인 IT분야 투자금은 10억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크게 두가지 장애물이 IT시장의 회복을 방해하고 있지만 갠츠는 “반대로 IT 투자를 촉진시킬 호재도 목전에 와있다”고 전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2004∼2005년은 기업들의 주요 업그레이드 수요가 시장 회복에 도움을 줄 전망이며 2010년 이후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RFID 태그가 IT 산업에 접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상품 유통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RFID 태그는 톨게이트, 은행수표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갠츠는 “RFID 태그는 아직 가축이나 의류에 사용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사용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외부 신호에 반응하는 형식에서 차후 능동적으로 정보를 발송하는 태그로 대체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되면 수십억 개의 태그가 사용되고 원거리 대역폭에 대한 수요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컴퓨팅 장비는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송수신되는 데이터는 하루 약 300페타비트에 달한다. IDC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07년 500페타비트를 넘어서고 RFID가 확산되는 2013년에는 10만페타비트에 이를 전망이다.

갠츠는 이외에도 서버 시장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 올해 디지털 사진 수는 사상 처음으로 필름 사진을 초과할 전망이다. 사이트에 저장되고 네트워크를 통해 송수신되는 디지털 사진이 폭증함에 따라 이를 감당할 서버 매출도 증가할 것이다.

● 인터넷 기반 전화, 즉 VoIP는 2007년까지 지금의 10배로 성장할 것이다. 갠츠는 “장비 비용을 고려해도 회선비용 절감 효과는 충분하다. VoIP는 기존 통신업체에 상당한 위협이다. 전통적인 통신사업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인스턴트 메시징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갠츠는 기업용 메신저 사용자 수는 2002년 2000만명에서 2007년 2억 80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메신저는 애플리케이션에 통합되는 추세다. 기업의 보안 담당자들이 싫어하지만 메시징 사용은 대세”라고 말했다.

● 모바일 인터넷도 2007년까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자동차의 35%가량이 인터넷 접속을 위한 텔레매틱스 장비를 갖추게 되며 인터넷 사용자의 65%는 휴대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것이다.

● 서로 상이한 기업의 프로세스들은 웹서비스와 같은 신기술을 통해 이기종 시스템으로 보다 쉽게 포팅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웃소싱은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갠츠는 “기업 아웃소싱의 1순위는 직원교육, 정보보안, 고객서비스, HR, 구매 분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