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글로벌] 리눅스 "우습게 보지마" IT산업 세력판도 바꾼다

2003-02-26

오픈소스ㆍ무료 소프트웨어라고 리눅스를 우습게 보았다면 당신은 조만간 급변하는 시대의 패자가 될 것이다.

리눅스 펭귄이 수퍼컴퓨터에서 휴대전화기까지 점령했다. 매니아의 전유물로 가볍게 취급했던 리눅스가 전영역으로 세력을 무서운 기세로 넓히고 있다. 웹에서 다운로드해 회사에 맞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은 IBM의 덩치 큰 수퍼컴퓨터에서 모토롤라의 초소형 휴대폰까지 리눅스를 이용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리눅스는 이제 IT업계의 핵폭탄과 같은 존재가 됐다. 모든 IT회사들은 리눅스를 어떻게 회사에 도입할 것인지, 또는 리눅스 비즈니스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궁리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단아였던 리눅스가 이제 IT 산업계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리눅스는 95년 등장했던 넷스케이프의 웹 브라우저 이래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했다.

인텔ㆍIBMㆍHPㆍ델 등의 거대 IT 공룡들이 리눅스 지원을 시작했고, 자동차 회사인 다임러크라이슬러에서 패션업체인 토미 힐피거까지 사용자가 생겨났다. 3년전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리눅스는 지난해 13.7%의 서버 시장 점유율을 기록, 약 509억 달러 규모 시장을 형성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2006년경에는 25.2%까지 상승, 리눅스를 2위의 운영체제 자리로 올려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위해 리눅스는 현재 59.9% 시장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MS를 향해 서서히 지지기반을 확충하고 있다고 IDC는 내다봤다. 즉, 리눅스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비디오게임 콘솔, 티보 TV프로그램 리코더 등 셀 수 없는 소비자 가전시장에서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 리눅스 메인스트림 시대 도래

그렇다면 리눅스의 시대가 오는가? 그렇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의 커버스토리를 리눅스가 차지할 만큼 리눅스는 주목의 대상인 것이다. 여기서 IBM 소프트웨어그룹의 스티브 밀즈 부사장은 "모든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리눅스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이는 리눅스 창시자인 토발즈 조차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리눅스가 어떻게 주류 운영체제로 등장했을까. 비즈니스위크는 트리오의 강력한 결합을 이유로 꼽았다.

먼저, 취약한 경제에 원인이 있다. IT 비용지출을 줄이는데 혈안이 된 기업들은 무엇인가 저렴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둘째, 인텔의 리눅스 지원이다. PC 칩의 황제인 인텔은 `윈텔'이란 이름으로 공고했던 MS와의 연계를 느슨히 풀면서, 리눅스용 칩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기업이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성능의 컴퓨팅 파워를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됐다.

셋째는 MS에 대한 두려움과 유감스러움이 한 몫 했다. 기업 사용자들은 MS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이와 관련, 리눅스 시스템으로 증권거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메릴린치의 수석 부사장인 존 맥킨리는 "나는 항상 공정한 경쟁을 원했고, 그것이 리눅스에 주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 리눅스의 부상에 가장 위협받는 곳은 아마도 MS일 것이다. MS가 데스크톱 시스템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리눅스의 행진은 중요한 성장 분야에서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S 윈도 비즈니스 사업부의 제임스 알친 부사장은 IBM이나 선 같은 회사보다 리눅스를 오히려 제1의 경쟁자로 불렀다. 왜냐하면 리눅스는 무료이기 때문이다. MS가 지난 20년 동안에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사들을 물리쳐왔듯, 이제 리눅스가 MS를 같은 방식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박정연기자